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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동물 뉴스

"난꽃이 나비를 잡아먹는다" 오해 산 사마귀의 정체

우아한 외모의 포식자

 

1879년, 호주의 기자 제임스 힝스턴은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돌아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 난꽃이 있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말이죠. 파리지옥이나 끈끈이주걱 같은 식충 식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힝스턴이 보고 온 것은 난꽃이 아니었습니다. 난꽃과 꼭 닮은 모양의 사마귀였죠. 

 

흰색 물감에 진분홍색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린 듯 아름다운 색을 자랑하는 난꽃 사마귀는 정말이지 난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꽃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치장하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데요. 보호색을 띠는 동물에 대해서는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들은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의 나무나 바위, 흙 등과 비슷한 모습으로 자신을 감추죠. 난꽃 사마귀의 목적은 그 반대입니다. 먹잇감을 유인하기 위해 꽃다운 외모를 뽐내는 것이죠. 

 

 

난꽃 사마귀의 주 먹이는 나비나 벌, 파리나 무당벌레 같은 수분 매개 곤충들입니다. 이들은 식물을 타고 올라 뒷발로  꽉 붙들고는 먹잇감을 기다리죠. 영락없이 한송이 꽃 같은 모습에 홀린 곤충들이 날아들면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앞발로 먹이를 잡아채고 강한 턱과 이빨로 씹어 먹습니다. 멀리서는 아름답고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자비한 포식자인 겁니다. 

 

중요한 건 색깔, 꽃 없이도 사냥 가능

 

그렇다면 난꽃 사마귀는 정말 난꽃을 흉내내고, 난꽃 위에서만 사냥에 성공할 수 있는 걸까요? 최근까지는 그렇게 믿는 경향이 강했지만, 뉴잉글랜드 대학의 제임스 오핸런은 조금 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핸런의 실험에 따르면 난꽃 사마귀가 그 지역의 흔한 다른 꽃 위에 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곤충을 유인할 수 있었죠. 

 

 

심지어 난꽃 사마귀들은 아예 꽃이 없는 줄기를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이들에게는 먹잇감의 눈을 속이기 위해 자신을 감춰줄 난꽃이, 아니 어떤 종류의 꽃도 필요치 않다는 의미인데요.  디테일을 관찰하는 크고 섬세한 인간의 뇌와는 달리, 곤충들의 뇌는 큰 그림과 색깔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꽃과 비슷한 색깔이 그들의 눈에 들어오면 고글을 쓴 듯한 눈과 가시 돋친 앞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오핸런은 진짜와 색이 비슷한 사마귀 모형, 모양이 닮은 사마귀 모형을 두고 어떤 모형에 더 많은 곤충이 날아드는지 관찰한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습니다. 

 

 

난꽃 사마귀 암컷은 수컷에 비해 몸집이 큽니다. 적어도 두 배 이상 덩치 차이가 나죠. 암컷 사마귀는 나비처럼 비교적 몸집이 큰 먹이를 주로 노릴 뿐 아니라, 다른 사마귀들과 마찬가지로  종종 수컷 난꽃 사마귀를 잡아 먹기도 한다네요. 

 

'먹잇감의 먹잇감' 흉내내는 동물들

 

이처럼 먹이의 먹이인 척 해서 배를 채우는 동물들은 난꽃 사마귀 외에도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심해에 사는 아귀인데요. 아귀들은 촉수 끝에서 빛을 내어 병어, 도미, 오징어들을 유인해서 잡아먹죠. 악어 거북은 실지렁이처럼 꿈틀대는 분홍색 혀로 물고기를 유혹하고, 몇몇 종류의 기생충들은 숙주의 먹잇감처럼 변장해 자신을 삼키게 만든다네요.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난꽃 사마귀의 위장술에는 방어적 측면도 있는 것으로 추정 됩니다. 보호색을 띠는 다른 동물들처럼 새나 도마뱀, 원숭이 등의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는 것이죠. 동물 세계의 위장술에 대한 본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진 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다는데요. 앞으로 밝혀질 난꽃 사마귀, 그리고 '위장의 귀재' 동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